왕에게 낸 수수께끼-불비불명不飛不鳴
중국의 춘추전국, 진나라, 한나라 시대엔 데릴사위의 지위가 매우 낮았다고 한다. 법적으로도 공개적으로 무시를 당할 정도였고, 죄수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마천은 제나라 사람인 순우곤이 데릴사위 출신이라고 밝힌 뒤, 골계열전의 문을 연다. 순우곤은 비록 출신은 비천했지만, 신분의 결점을 잘 극복하고 산 귀인이었고 재상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왕 바로 옆에서 의견을 밝힐 수 있을 정도의 지위에 올랐다. 그가 출세할 수 있었던 것은 유머 넘치는 충언 덕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라 안에 큰 새가 있는데, 대궐 뜰에 멈추어 있으면서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왕께서는 이것이 어떤 새인지 아십니까?”
순우곤이 이 수수께끼를 감히 제나라 위왕에게 낸 것은, 위왕이 국사를 돌보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바람에 나라가 엉망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운데도 대신들이 직언을 하지 못하고 왕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순우곤은 왕이 평소에 수수께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때를 기다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수수께끼’로 만드는 기지를 발휘한다.
왕은 수수께끼를 푸는 심경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이 자가 내가 3년 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방탕하게 생활을 해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재미있다. 그래, 나는 대붕이다. 그렇다면 멋진 답을 주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지, 이렇게 대답한다.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번 날았다 하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번 울었다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요즘 정치인과는 달리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고대 중국의 왕은 과연 그 다음부터 다른 행동을 했다. 순우곤의 수수께끼를 풀면서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는 위왕은 자신이 국정을 소홀히 했을 때 각 지방의 책임자를 다 불러 모아 심사한 뒤 한 사람은 사형시키고, 모범적인 관리에게는 상을 주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왕이 쉬는 동안 할 일을 한 사람과 그때를 노려 횡포를 부린 자를 처단하여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순우곤이 기지를 발휘하여 수수께끼를 내지 않고, “왕이시여, 당신이 방탕한 생활을 하는 동안 국정은 문란해지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습니다”라고 직언했다면 왕의 태도는 어떠했을까? 쾌락에 빠져 있던 왕의 눈에 그는 무례한 인물로 비쳐 엄벌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순우곤의 기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목숨을 내놓고 직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순우곤은 수수께끼라는 장치를 통해 왕의 심경을 움직였다. 그리고 병사를 움직여 그동안 제나라의 땅을 빼앗았던 주변국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국토는 다시 회복되었고, 이후 36년간 제나라는 번성했다.
■ '불비불명'은 장차 큰 일을 할 사람이 뜻을 숨긴 채 남모르게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