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노래

검은 유두를 빨다 - 남한강에서[박미림]

盜跖 2012. 4. 22. 00:04

검은 유두를 빨다
- 남한강에서 / 박미림
 

금모래 은모래 고운자갈

속살 드러내고 잠든 곳

단양쑥부쟁이 홀로 피어

투쟁한다기에 길 나섰네


계절마다 피어나

까닭 없이 지는 것들을

어루만지던 바람은

목을 빼고 난도질 된 강둑에 앉아있네


검은 하늘 아래

떠밀려 내려온 여자

가슴을 반쯤 풀어놓고

아랫도리를 까발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결국은

그녀의 구비 쳐 흐르는 강물을 막지 못하네

 
게워낼 것 없는 바닥 훑으며

뒤틀리는 사지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강,

 
저기, 강물에 아직 새들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