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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뎃포(無鐵砲)

盜跖 2012. 7. 1. 20:30

1543년 일본 규슈 남쪽의 다네가시마(種子島)란 섬에 중국 선박 한 척이 표착했다. 배에는 포르투갈 상인이 타고 있었다. 그는 다네가시마 영주에게 소총 한 자루를 선물했다. 뎃포(鐵砲)라 불렸던 조총(鳥銃)이 일본에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조총은 곧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마침 일본은 중앙의 막부 정권이 힘을 잃고 지방의 영주들이 패권 경쟁을 벌이던 전국(戰國)시대를 맞고 있었다. 패권을 열망했던 오다 노부나가는 조총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특히 열심이었다.

그는 1575년 나가시노 전투에서 다케다 가쓰요리에게 대승을 거두어 전국 통일의 기반을 마련한다. 나가시노 전투는 조총을 중시했던 노부나가가 상대적으로 그것을 경시했던 가쓰요리를 압도했던 싸움이었다. 말하자면 뎃포와 무뎃포(無鐵砲)의 대결에서 ‘무뎃포’가 참패했던 전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