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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과 벌새

盜跖 2012. 10. 14. 18:27

'닥터 필'로 유명한 인생상담가·법심리학자 필 맥그로 박사가 갈라파고스 거북 식의 삶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저서 '리얼 라이프'에서 그는 거북과 벌새를 비교했다.

벌새는 온혈동물 중 에너지소비량이 가장 많은 것이 특징이다. 벌새는 총알 같다. 어디선가 파르르 날아들면 날갯짓이 너무 빨라 날개가 안 보인다. 분당 날갯짓 횟수는 80여회, 심장 박동수는 500회가 넘는다.(공중에 떠서 꿀을 빨아 먹을 때는 800회가 넘어가고, 심장에서 출발한 피가 말단까지 갔다가 다시 심장에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초) 성인의 심박수가 60~100회이고 보면 벌새의 작은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 지 알 수 있다.

반면 갈라파고스 거북의 심장은 거의 멈춰있다. 1분에 예닐곱 번 뛴다. 거대한 몸을 느릿느릿 움직여 가는 거리는 한 시간에 260미터 정도. 우사인 볼트가 10초 안에 주파하는 거리를 거북은 수십분 걸려서 간다. 에너지 소모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수명과 직결된다. 벌새의 평균 수명은 6~12년, 거북의 평균 수명은 177년이다.

닥터 필이 말하려는 요지는 자명하다. 잠시도 쉴 틈 없이 동동거리며 사는 삶, 심장을 콩닥거리며 긴장해서 사는 삶이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말이다.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거북을 닮으라는 말이다.

-권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