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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궁 안에서 군왕을 시중드는 자의 고달픔이네

盜跖 2013. 1. 12. 18:29

…보게나. 궁의 계단 아래 낙엽이 널려 있고, 장문 안에는 달이 비치지 않네. 차가운 이끼 때문에 바짓가랑이가 반쯤 젖었네. 긴긴 밤 내내 비가 내리고 차가운 불빛은 꺼질 듯 말 듯하네. 귀신을 본 듯 놀라 모골이 송연하고 손발이 벌레에 뜯기듯 오그라든 것은 바람에 날리고 비에 맞아서네. 간사한 관리가 뒤에서 나를 모함하는 말을 하니 군왕이 그것을 분별하지 못할까 두렵네. 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늘 내일을 다투니 이것이 바로 궁 안에서 군왕을 시중드는 자의 고달픔이네.

-공상임孔尙任, "소홀뢰小忽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