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
멀리있는 빛
盜跖
2022. 5. 31. 21:42
https://www.youtube.com/watch?v=gi8a2uDG_Io
6월 16일
그대 제일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산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 한 권을 등기로 부쳤지
객초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 같은 똥통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 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 아래
파리똥만한 점도 꺾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만 그리다가
요즈음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 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를 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 가는
멀쩡한 사지를 나무라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 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 마시고
촐랑대다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마디만 해 주면 어떠우
-김영태, 김수영 시인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