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11월
- 박미화

끝가지에 힘 빼고
출산 준비하는 이파리가 긴 나무들

뿌리에서 멀어져 가는 11월의 햇살이
발버둥을 치던 홍보영상물 속 태아의
손 끝 같다

길 잃은 씨앗하나
불시착했다가 죽은지 오래
링겔만이 마른 땅에 꽂혀있는 저녁 무렵

서로 가 닿지 못한 실뿌리들,
움직임은 벌써 끊어지고

속살 비운 누런 안색은
허방에서 뒹굴다 봄까지
고요하다

떨구지 못한 집착들만
나무의 우듬지에 매달려 있다
(음부에선 황토 혈이 흐르고 있었다)



강렬하다.
모든 것들이 사위어가는 듯 보이지만
이내 곧 꿈틀거리며 살아날 것만 같다.
살아남기 위한 강렬한 의지와 집착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