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신경림]

from 바람의노래 2011. 10. 22. 22:15

세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채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비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해를,
꿈 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을 새로 본 이 한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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