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가게 앞에서
-박상천

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가
문득 복권이 사고 싶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잠시 망설인다.

복권을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긴 싫어
꾸욱 참고 가게 앞을 그냥 지나쳐 간다.
자꾸만 호주머니에 손이 가지만
아이에게 변명할 말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내 행동을 이해하도록 설명해주어야 할 만큼
아이가 자라고 나니
이제 나는
복권을 사고 싶은 나이,
참 쓸쓸하고 허전한 나이에 이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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