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자유국가 미국에선 왜 사회주의 힘 못 쓰나 [중앙일보]  
 
미국 예외주의
세이무어 마틴 립셋 지음
문지영·강정인·하상복·이지윤 옮김
후마니타스, 528쪽, 2만3000원


 미국은 독특한 나라다. 이 나라 국민은 낙태의 합법화이나 동성애자 권리 같은 종교나 윤리 문제를 놓고 편을 갈라 국가가 '쩍' 갈라질 정도로 떠들썩하게 싸운다. 하지만 미 정치학회와 사회학회 회장을 모두 지낸 지은이에 따르면 이는 미국 밖에선 쟁점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가톨릭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 문제에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며 왈가왈부하는 건 미국뿐이다.
 게다가 미국은 선진국에선 유일하게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다. 산업화한 나라 가운데 소득분배는 가장 불평등하며, 사회보장 지출 비율은 최하위권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통령의 성추문을 탄핵의 이유로 삼을 만큼 도덕주의가 넘친다. 유럽이라면 웃고 말았을 건데, 원.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면과 동시에 미국은 감탄할 만큼 개방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는 긍정적 면이 있다. 1994년의 설문 결과를 보면 미국과 미국인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응답자의 74%가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88%는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사람을 존경하며, 78%는 미국의 힘이 대부분 기업가의 성공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기회 평등 아래 개인 능력을 존중하는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응답자들은 또 '성공 기회를 얻는 것과 실패로부터 보호받는 것' 사이에서 76%가 기회를 선호했으며 20%만이 안전보장을 택했다. 사회보장보다 기회 평등을 선호한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에서 평등주의는 건국의 이유이며, 능력주의는 사회의 근간이다. 이 둘은 미국을 진취적이고 힘있는 나라로 만든 원동력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런 미국의 특징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쏟아내는 '양날의 칼'이라고 강조한다. 예로 능력주의는 개인의 책임감과 진취성을 기르지만 동시에 이기적 행동과 소수자에 대한 포용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패배자의 범죄.부정.소송남발을 부르기도 한다. 유럽과는 현저히 다른 이런 특징은 미국을 자유국가에선 드물게 사회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국가로 이끌었다. 유럽에선 중세부터의 전통에 따라 계급이 고정된 신분을 뜻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급은 자신을 계급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는 사회주의 정당활동으로 이어졌다.
 반면 평등에서 출발해 개인의 진취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선 계급을 경제적인 성취의 결과로만 봤다.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으니 계급의식이 싹틀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정당이 뿌리내릴 틈새가 없었다는 논리다. 흥미로운 설명이다. 다만 흑인들은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며 개인 진취성보다 국가 개입과 지원을 요구한다. 아무튼 미국은 특이한 나라다.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읽은 책이다. 미국과 갈수록 닮아가는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채인택 기자[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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