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에서 시작된 편의주의적인 계몽프로젝트, 슬로건사회의 슬로건들은 모든 문제의 동인을 대중에게 귀속시킴으로써 피계몽의 열등감을 만연시킨다. 그 절차는 필연적으로 보편적 '선(善)'의 저항할 수 없는 가치들을 전면에 앞세우고 벌어진다. 근면, 절약, 정직, 봉사, 친절... 여기에 저항할 수 있는 대중은 없다. 예를 들면, 과소비 추방이란 슬로건에서는 그 원인과 결과의 차이에 대한 고려는 사라지고 계층과 계급의 구분없이 모두에게 심리적인 억압으로 존재하며, 따라서 정책의 결정권자나 사회의 여론 결정자들은 그 슬로건을 이리저리 흐를 수 있도록 물길만 틀어주면 그 뿐이다. 슬로건을 통해 정책적 담론을 형성하는 통치방식, 그것이 슬로건 사회의 본질이며 그 형성은 1930년대말 군국주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슬로건의 직접적 생산과 그것의 정책적 권유를 직접적으로 장악하는 통치방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강제가 서슴없이 이루어지는 문화현상들을 양산하며 오랜동안 현대화의 또 다른 피상적 곁가지로 지속되었다.


- 김진송,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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