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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은 북한을 소련·중공의 꼭두각시라 하고,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꼭두각시라 하니 남이 볼 때 있는 것은 꼭두각시뿐이지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이다. 6·25는 꼭두각시의 놀음이었다. 민중의 시대에 민중이 살았어야 할 터인데 민중이 죽었으니 남의 꼭두각시 밖에 될 수 없지 않은가?

 전쟁이 지나간 후 서로 이겼노라 했다. 형제 싸움에 서로 이겼노라니 정말 진 것 아닌가? 어찌 승전 축하를 할까? 슬피 울어도 부족할 일인데... 어느 군인도 어느 장교도 주는 훈장 자랑으로 알고 다녔지 “형제를 죽이고 훈장이 무슨 훈장이냐?” 하고 떼어 던진 것을 보지 못했다. 노자는 전쟁에 이기면 상례(喪禮)로 처한다 했건만, 하기는 제이국민병 사건을 만들어 내고 졸병의 옷·밥을 깎아서 제 집 짓고 호사하는 군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과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라의 울타리일까?

 전쟁 중에 가장 보기 싫은 것은 종교단체들이었다. 피난을 가면 제 교도만 가려 하고 구호물자 나오면 서로 싸우고 썩 잘 쓴다는 것이 그것을 미끼로 교세 늘이려고나 하고, 그리고는 정부 군대의 하는 일, 그저 잘 한다 잘 한다 하고 날씨라도 맑아 인민군 폭격이라도 좀더 잘 되기를 바라는 정도였다. 대적을 불쌍히 여기는 사랑, 정치하는 자의 잘못을 책망하는 정말 의(義)의 빛을 보여 주고, 그 때문에 핍박을 당한 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 간난 중에서도 교회당은 굉장하게 짓고 예배 장소는 꽃처럼 단장한 사람으로 차지, 어디 베옷 입고 재에 앉았다는 교회를 보지 못했다.


- 함석헌,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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