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사기]의 [자객열전]을 읽는다고 하자. ‘조제(祖祭)를 지낸 뒤 길에 올랐다.’ 라는 한 구절을 마주하게 되면, “조(祖)란 것은 무슨 말입니까?”하고 묻지 않겠니?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전별할 때 지내는 제사니라’라고 말씀하실 게다. “꼭 조(祖)라고 말하는 것은 어째서 입니까?” 라고 다시 물으면, 선생님은 “잘 모르겠다.”고 하시겠지. 그런 뒤에 돌아와 집에 이르면 사전을 꺼내서 조(祖)자의 본래 의미를 살펴보아라. 또 사전을 바탕으로 다른 책에 미쳐서 그 풀이와 해석을 살펴 말의 뿌리를 캐고, 그 지엽적인 의미까지 모아야 한다. 여기에다 [통전(通典)]이나 [통지(通志)],[통고(通考)]같은 책에서 조제(祖祭)의 예법을 살펴 차례대로 모아 책을 만들면 길이 남을 책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전에는 한 가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네가 이날부터는 조제의 내력에 대해 완전히 능통한 사람이 되겠지. 비록 큰 학자라 하더라도 조제 한 가지 일에 관해서는 너와 다투지 못하게 될 테니 어찌 큰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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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완전히 알 때까지 끝까지 파헤치라는 이야기이다. 조제(祖祭)는 고대에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비는 제사다. 그런데 왜 할아버지 조(祖)를 쓸까? 자전을 찾아보면, ‘길 제사 지낼 조’란 뜻이 나오고, 풀이를 찾아보면 “고대에 먼 길을 떠날 때 행로신(行路神)에게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내는 일” 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도 왜 할아버지 조를 쓰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더 깊이 들어가면, 먼 옛날 황제(皇帝)의 아들 누조(累祖)가 여행을 좋아하다가 길에서 죽었다는 기록을 찾게 된다. 조(祖)란 바로 이 누조의 귀신을 위로하기 위해 생긴 제사임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조제는 어떤 방식으로 지낼까? 이것은 역대 여러 종류의 제사 지내는 방법을 적은 책을 참고하여 알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책들을 참고해보니 그 제사 지내는 형식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이런 공부의 과정을 목차를 세워 작은 책자로 정리하면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되며 조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내공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학문에 대한 눈이 자연스럽게 뜨여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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