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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이정화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겠어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부끄럼 없는 첫 키스를 하겠어
지붕 없는 빨간 자동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질주 하겠어
불량한 처녀가 되겠어
불량한 총각이라도 좋아
어디든 막힘없이 떠돌다
붉은색 루즈가 번진 입술을 반쯤 벌리고
꾸벅꾸벅 졸기도 할 거야
그곳이
언제 어느 곳이라도 좋아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가 될 테니까
풀썩거리는 짧은 치마로 어디든 가겠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후회 없는 사랑도 할 거야
이리오렴 아가야!
청춘은 여름 한 낮 쏟아지는 장대비라서
벼락같이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거란다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렴
너희를 바라보는 세상의 엄정한 눈길은
엄마의 치마폭에 감춰둔 사랑을
몰래 훔치고 싶어 하는
늙은 개 같은 연민 이란다
다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져
훗날
아프지 않고도 만날 수 있게
스무 살 그때
그렇게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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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루투칼 파두 가수 Bevinda가 부른 노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아픔을 담고 있음
 ** 가사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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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학 2006년 1월호
- 이정화 현대시학 2004년 가을 등단



출처 고래가 사는 마을 | musejeong
원문 http://blog.naver.com/musejeong/2002035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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