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

from 바람의노래 2017. 9. 26. 20:03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서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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