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연희

from 바람의노래 2017. 9. 28. 14:32

그리운 연희

긴 여름 장마에 개울이 넘쳐
닷새나 연희 얼굴 보지 못했네.
오늘 밤 비 개고 모래톱에 달이 뜨니
물가의 푸른 버들 비단처럼 살랑이네.
지팡이 짚고 신 신고 개울가로 나가는 건
연희에게 가려는 뜻 간절해서지.
그때 보았지, 모래 기슭 우거진 숲에
나뭇가지 살짝 흔들리며 그림자 스치는 것.
작은 우산에 치마 끌며 술병 들고서
연희는 벌써 다리 건너 이쪽으로 오고 있네.
연희가 타이르던 말, 글짓기 조심하세요.
세상이 어지러우니 화 당하기 쉬우리다.
긴긴 밤 잠 안 자고 찬 이불 끼고 앉아
고금의 일 이야기하며 함께 눈물 흘렸지.
그날 마침 눈이 멎고 바람이 세찼어라.
푸른 하늘 물빛 같고 밝은 달 교교한데
뜰 앞에서 들려오는 마른 잎 지는 소리에
장차 이별할 생각 쓸쓸히도 나더니.

-김려

■ 김려는 함경도 부령의 유배객이었고
연희는 유배객을 수발드는 기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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