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지구라는 행성에 제한되어 그 위를 힘들고도 어렵게 기어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사고는 우리를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한순간에 데려다 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우주를 넘어 무한한 혼돈으로까지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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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사고가 이처럼 무제한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고는 사실상 매우 좁은 한계 안에 묶여 있으며, 정신이 가지는 모든 창조적인 힘은 감각이나 경험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재료들을 합성하거나 서로 바꾸거나 증대시키거나 축소시키는 능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황금산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서로 모순이 없는 관념, 즉 황금이라는 관념과 산이라는 관념을 결합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 사고의 모든 재료들은 우리의 외적 감각이나 내적 감각으로부터 나온다. 이것들을 섞거나 혼합하는 것만이 정신이나 의지에 속하는 일이다. 다시금 이것을 더 철학적인 말로 표현해 보자면, 우리의 모든 관념들 또는 좀 더 희미한 지각들은, 우리의 인상들 또는 좀 더 생생한 지각들의 복사물들(copies)이다.
-데이비드 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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