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잘! 모른다고 했단다
나는 아는데,
그 사람을 알 것 같은데,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내 아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나를 모른다고 딱 잡아떼면 어쩌나

등나무가 동백나무가
애기똥풀이 클로바가 구절초가 다 나를 모른다고
모르겠다고,

두통이 죽음이 외면하면 어쩌나

늙은 은사시 나무처럼 잔걱정이 많은
오늘이 며칠이었지?
무슨 날이었던 것 같은데

친하다고 생각했던 오늘이
단 하루도 모른 척 지나친 적 없던
꼬박꼬박 오늘이 나를 모른다고 한다

이제 나만 나를 부인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나도 저들과 한 통속이 될 수 있다
나를 모르는, 모르겠다는 세상과 완벽하게
친해질 수 있겠다

-이화은, '나, 그 사람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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