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유성 영화에 나와 흑인으로 분장하고 노래를 불렀던 앨 졸슨과 희극배우 버스터 키튼은 카드놀이를 하다 죽었고, 트로이의 목마를 만들라고 권했던 희랍의 점장이 칼카스는 다른 점장이의 예언을 한심하다고 웃어대다가 죽었고, 희랍의 화가 세욱시스는 자신이 그린 노부인의 그림을 보고 웃다가 죽었고, 희랍의 시인 흴레몬은 자기가 쓴 희극의 대사를 혼자 좋아하며 웃다가 죽었고, 희랍 철학자 크뤼시푸스는 무화과를 먹는 당나귀를 보고 웃다가 죽었으니, 고대 희랍에는 웃다가 죽은 사람도 많았고, 로마의 집정관 파비우스는 우유에 들어간 염소 털 한 개 때문에 질식사를 했고, 교황 아드리안 4세는 프리드리히 1세를 파문시키겠다고 열을 올려 연설을 한 다음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냉수를 마시다가 물에 빠진 파리 한 마리가 목에 걸려 죽었고, 세인트 루이스에 살았던 패트 버크라는 사람은 20년 만에 처음 목욕을 했다가 몸이 너무 깨끗해서 죽었다는데 펄 벅의 소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은 어떻게 무사했는지 모르겠고, 서부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총잡이 제임스 버틀러 '와일드 빌' 히콕은 포커를 하다가 등에 총을 맞아 죽었고, 샤를 보들레르는 매독과 술과 아편 중독으로 죽었고, 슈베르트도 성병으로 겨우 서른의 젊은 나이에 죽었고, 로마의 황제 도미티아누스는 의심이 가는 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고 나서도 점성가들이 예언한 그 시간에 결국 암살을 당했고, 영국의 의사 조셉 그린은 자신의 맥을 짚어보고는 "멈췄구만"이라 마지막 한 마디를 하고는 죽었고, 헨릭 입센은 간호사가 그의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하니까 눈을 감은 채로 "그것하곤 정반대야"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죽었다.

-안정효, "하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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