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문벌을 숭상하고 자기 당파를 만드는 버릇이 뭉쳐져 한 덩어리가 되어 있지만, 원래 조정에서 벼슬하는 여러 신하들은 먼 사방에서 와서 모인 사람들이라, 그 신분 처지가 각각 달랐고 기습도 같지 않았던 것이니, 그 시초에 붕당이라고 지적할 만한 것이 있었으랴?

지금의 벼슬을 하는 자들은, 종당과 혼인 관계를 맺지 않음이 없어 마음과 마음이 서로 들어맞고 하는 일마다 단단히 결탁해 대대로 벼슬을 독차지 하니, 원수와 제 편을 가르는 버릇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닌 것이다.

이 고질병은 골수에 박힌 것이다. 모두 죽고 나서야 없어질 것이니, 아무리 명철한 임금이 세상을 다스린다 해도 쉽사리 그 분란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철없는 애와 같은 자들이나 멍청한 인간들이 이어 벼슬을 한다고 나서니, 백성이 겪는 고통은 무관심하게 버려두고 마는 것이다.

-이익, "성호사설" '천발견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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