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없이도 나아가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실제적 내용을 잃어가고 있다. 동성 결혼이나 낙태 허용 같은 문화현상 면에서는 진보했지만, 최근 유럽 금융 위기에서 보듯 큰 위기가 닥치면 시간이 없다며 경제 문제는 전문가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민주주의 없이 자본주의가 기능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허풍 떨지 않겠다. 지금 상황은 정말 비극적이다.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명확한 탈출구는 없다. 자본주의 이후 체제가 어떤 형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20세기 공산주의도 끝났다. 한때는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고 믿었고, 교육 등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오늘날 공산주의가 작동하는 곳은 중국처럼 가장 잔인한 자본주의가 있는 데라는 점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다. '오래된 것은 죽었고, 새로운 것은 아직 안 왔을 때 괴물이 나타난다'고. 예컨대 스탈린주의나 파시즘이 그런 괴물이다.

-지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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