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철저한 '유교국가'였다는 말은 조선이 근본주의 왕국, 원리주의 국가였다는 말과 같다. 성스러움의 숭배는 좋게 말해 도덕에 대한 열정이지만, 도덕을 향한 지배집단의 끔찍한 열정은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억압을 구조화했다. 성인의 가르침에 대한 확신은 좋게 말해 진리를 향한 열정이지만, 진리에 대한 무시무시한 사랑에서 관용과 상생을 모르는 독단과 오만이 자랐다. 사문난적斯文亂賊에 대한 배척은 좋게 말해 순수를 지키려는 열정이지만, 순수에 대한 결벽이 파벌의 집단의식을 키우고 적대와 증오의 감정을 눈덩이처럼 불렸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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