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 흐름을 주도하거나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대표적인 나라들은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다. 그들의 정치구조를 살펴보자. 모두가 두 거대 정당 중 어느 한 정당이 정권을 홀로 차지하는 양당제-승자독식 민주주의국가들이다. 왜 이러한 정치구조를 형성한 국가들은 신자유주의에 쉽게 포획되는가? 우선 양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자본과 기업 친화적인 보수파 정당이 집권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이버슨과 소스키스 등의 통계 연구에 의하면 그 확률은 약 75퍼센트이다.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은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중산층 혹은 중도파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집권 후 좌경화하여 자신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 진보파 정당에게 표 던지기를 꺼리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한 양당제에서는 설령 진보파 정당이 정권을 잡을지라도(중도파 유권자들의 일반적 유려와는 달리) 정부의 정책기조가 대단히 진보적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양당제 국가의 선거정치 결과는 통상 중산층 유권자들이 보수파와 진보파 정당 중 어느 쪽에 표를 더 많이 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표는 어차피 자기 것이라고 여기는 진보파 정당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중산층 표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양당제 국가의 진보파 정부들이 기껏해야 중도정책들을 양산해내는 까닭이다. 노무현 정부가 저소득층 혹은 진보파 시민들로부터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이런 일은 사실 양당제 국가에선 다반사일 뿐이다.

-최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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