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효는 온 나라에 알려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다. 일찍이 과거를 보러 가서 답안지를 쓰는데, 한 글자가 왕희지와 비슷하게 되었다. 앉아서 하루 종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차마 능히 버리지 못하고 품에 안고 돌아왔다. 이는 얻고 잃음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 말할 만하다.

이징이 어려서 다락에 올라가 그림을 익혔는데, 집에서는 있는 곳을 모르다가 사흘만에야 찾았다. 아버지가 노하여 매를 때리자 울면서 눈물을 찍어 새를 그렸다. 이는 그림에 영욕을 잊은 자라고 말할만하다.

학산수는 온 나라에 유명한 노래 잘하는 자이다. 산에 들어가 연습할 때 한 곡조를 부를 때마다 모래를 주워 신발에 던져 신발이 모래로 가득차야만 돌아왔다. 일찍이 도적을 만나 장차 그를 죽이려 드니, 바람결을 따라 노래하자 뭇 도적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는 이른바 삶과 죽음을 마음에 들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를 듣고는 탄식하여 말하였다. "대저 큰 도가 흩어진 지 오래되었다. 나는 어진 이 좋아하기를 여색 좋아하듯 하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 저들이 기예를 가지고도 족히 그 목숨과 바꾸었으니, 아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을 것이다."

-정민, "미쳐야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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