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웅덩이를 좋아한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웅덩이에서 풍덩풍덩하는 소리보다 좋은 음향을 별로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나는 그런 웅덩이를 풍덩거리면서 밟고 건넌다. 하지만 그 웅덩이는 그런 식으로 건너지 않았다. 당시 나는 군중에 의해 원치 않는 방식을 강요당했던 것이다. 나는 가능하면 웅덩이를 돌아서 가려고 했지만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의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 즉 거대한 인간 집단의 압력이자 집단 운동의 물리적 위협이 나를 압도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웅덩이의 한쪽 끝에서 맞은편 끝까지 철퍼덕거리며 건너가야 했다. 나는 웅덩이의 끝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 뒤를 따르던 덩치 큰 의과 대학생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깃발을 넘겨버렸다. 그리고 대열에서 벗어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피터 드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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