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화에서 유한계급의 임무는 진화적 운동을 지연시키고 낡은 것들을 보존하는 일이다. 유한계급의 본성은 보수적이다. 이런 명제는 결코 신기하지도 않고 오래전부터 일반인들이 알고 있던 상식의 하나에 불과하다.

부유한 계급의 보수주의는 너무 명확한 특징으로 된 나머지 존경할 만한 표시로까지 인정받는다. 보수주의는 부유한 사람의 특성이고 사회에서 한층 존경받는 요인이 됨으로써 명예롭거나 고상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상류계급의 특성이 된 보수주의는 품위가 있고, 역으로 개혁은 하류계급의 현상이기 때문에 비천한 것이 되었다. 이리해서 모든 개혁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될 것이다. "사회구조를 뿌리째 흔드는 것"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도덕성의 기반을 파괴하는 것" "삶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것" 또는 "자연의 질서를 교란시킬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일체의 에너지를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생존투쟁에 모조리 쏟아 부어야 하는 절대 빈곤자들은 내일을 생각하려는 노력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명제로부터, 유한계급의 제도가 하류계급으로부터 가능한 만큼의 생존수단을 박탈하고 소비 구매력과 가용 에너지를 축소시킴으로써 그들이 새로운 사고습관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노력마저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논리가 도출될 수 있다. 어디서나 국민들 간에 존재하는 상당한 궁핍과 박탈감은 개혁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가 된다는 사실은 하나의 상식이다.

-베블런/원용찬, 『유한계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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