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나쁘기로 유명했던 김득신은 "사기"의 '백이열전'을 1억1천1백 번이나 외워, 그 호를 억만재라고 했다. 옛날에 1억은 10만을 나타내는 숫자다. 그는 말을 타고 가면서도 글을 외웠다. 그렇게 많이 외운 '백이열전'을 중간에 깜빡 잊어버렸다. 그러자 옆에서 고삐를 잡고 있던 하인이 막힌 부분을 외워주었다. 하도 많이 들어 뜻도 모르고 외운 것이다. 머쓱해진 김득신은 네가 나보다 똑똑하니 내 대신 말을 타고 가라며 종을 태우고 자신이 고삐를 잡고 갔다.
-정민, 책읽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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