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공망이 동쪽의 제나라에 봉해졌는데, 제나라 동쪽 해변에 광률과 화사라는 형제 거사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천자의 신하가 되지 않으며 제후의 벗도 되지 않으며 스스로 농사지어 먹고 살고 스스로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으려 하지 않으며 군주가 주는 명예나 녹봉도 없이 벼슬하지 않고 노동하여 산다."
태공망은 영구(제의 수도)에 도착하자 그 두사람을 잡아 죽이게 하여 처형의 본보기로 삼았다.
주공 단이 그 소식을 듣고 급히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그 두사람은 현자입니다. 그런데 부임하자마자 현자를 죽이니 무슨 까닭입니까?"
태공망이 대답했다.
"(······) 그들이 천자의 신하가 될 수 없으니 나도 그들을 신하로 둘 수 없고 제후의 벗이 될 수 없으니 나도 그들을 부릴 수 없습니다. 스스로 농사지어 먹고 살고 스스로 우물을 파서 물을 먹으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으려 하지 않으니 나도 그들을 상벌로 격려하거나 막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다 군주로부터 명에를 얻으려 하지 않으니 비록 지식인이라 해도 나에게는 쓸모가 없고, 군주의 녹봉을 받지 않으니 현자라 해도 나에게 협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벼슬하지 않으니 다스릴 수 없고 직무를 맡으려 하지 않으니 이는 불충입니다. 게다가 선왕의 신하와 백성을 부리는 수단은 작위와 봉록이 아니면 형과 벌입니다. 그런데 그 네 가지도 그들을 부리기에 부족하다면 나는 누구의 군주가 되어야 합니까? (······) 그들은 스스로 세상의 현자라고 말하나 군주에게 쓸모가 없습니다. 아무리 현명한다 해도 군주에게 쓸모가 없으면 현명한 군주는 그들을 신하로 삼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말을 듣지 않는 기驥(천리마)를 부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총동원하려는 법가의 이상을 잘 드러낸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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