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걸로는 프랑스에서 공산주의 운동가가 된 어떤 부두 노동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부두에서 하역에 종사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는데 하루는 밀가루를 육지에다 내리는 게 아니라 바다에 갖다 버리는 일을 하게 된다. 임금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 해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빈민들이 무수한데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고민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해 풍년이 들었기 때문에 밀 값이 하락하는 걸 우려한 자본가들이 그런 방법으로 곡물의 양을 감소시켜 높은 곡물가를 유지하려는 계획임을 알게 된다. 자본주의란 바로 빈민들이야 굶건 말건 이윤 추구만이 최상 목표라는 걸 깨달은 그 부두 노동자는 그때부터 자본가에게 치를 떨며 유능한 공산 혁명가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마치 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개안처럼 찬란하게 느껴졌다.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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