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의 퍼즐

  사막의 목마른 카라반이 바로 눈 앞에 살랑거리는 수풀과 반짝이는 샘물을 언덕 위에서 볼 때처럼 심장의 고동이 뛰고 신경이 전율했을 것이다. 우리는 물질의 풍요가 그 당연한 귀결로 도덕수준을 높이고 인류가 꿈꾸어 온 황금시대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악이나 죄나 무지나 잔인함이(이런 것은 빈곤에서 또는 빈곤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데) 빈곤이 사라진 세상에 어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문명세계의 모든 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불황, 비자발적 실업, 기업인의 자금부족, 노동자 계층의 빈곤과 불안이다. 독재국가에 불황이 있는가 하면 민주국가에도 불황이 있다.

  이 모든 현상의 밑바닥에는 어떤 공통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불황이라고 묶어서 이야기하는 한 부류의 현상은 물질적 진보에 수반하며, 물질적 진보가 진전될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현상의 강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불황에 어떤 공통의 원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은 물질적 진보 그 자체이거나 또는 그에 밀접히 연관된 그 무엇이라고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물질적 진보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똑같이 풍요로움을 주지 못한다는 진보와 빈곤의 퍼즐에 대한 해답이 물질적 진보와 연관된 그 무엇일 것이다. 그 러나 빈곤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본의 증가가 필요하다든지 노동자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든지 작업능률을 높여야 한다든지 하는 처방은 폐기되어야만 한다. 개별 노동자가 진실로 노동을 통해 자신의 임금의 원천이 되는 기금(자본)을 창출한다면 노동자가 증가한다고 해서 임금이 줄어들 이유가 없다. 노동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노동의 능률성이 분명히 증가하므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임금은 노동자의 수와 더불어 오히려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전제에 이의를 제기한 하나의 경제학적 이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증가에 의해 자연의 이용이 늘어나면 자연의 생산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맬더스의 "인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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