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에게 면죄부를 주는 맬더스의 이론

  맬더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 영국의 경제학자)는 진보의 이면에 빈곤이 존재하는 이유를 인구가 생존물자보다 더 빨리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서 찾았다. 맬더스는 생존물자의 산술급수적 증가가 기하급수적인 인구의 자연증가를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소박한 논리는 인류의 미래에 충격적인 결과를 예고했다. 2세기가 지나면 인구:생존물자의 비는 256:9가 되고 3세기가 지나면 4096:13이 되며 그 이후에는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그러나 생존물자의 한도를 넘는규모의 인구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맬더스의 결론은 인구의 무한증가 경향은 인간의 출산력에 대한 도덕적 절제 또는 사망률을 높이는 여러 요인에 의해 억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결국 세상은 악하고 비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생존물자를 잘게 나누어야 하므로 빈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리카르도는 맬더스의 이론을 지원하는 원리를 하나 더 추가시켰다. 그것은 인구가 증가하면 종전보다 생산성이 낮은 토지를 추가로 사용하게 되므로 지대가 상승한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맬더스의 이론이 성공한 큰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이익을 위협하거나 강자의 이익을 적대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산의 힘을 휘두르면서 세상을 지배하는 계층을 위로하고 안심시켜 준다는 데 있다. 일부의 사람이 세상의 좋은 것을 독점할 수 있는 특권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맬더스의 이론은 이 특권을 구조해주러 나온 것같이 보인다. 궁핍과 빈곤의 원인이 정치제도에 있다고 하면 그러한 제도를 취하는 어느 정부도 존속할 수 없을텐데 맬더스의 이론은 궁핍과 빈곤을 자연적인 원인에 돌리고 있다.

  맬더스의 이론이 나온 시기는 프랑스 혁명에 의해 기존의 사회체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기성 권력층은 이를 매우 두려워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맬더스의 이론이 특히 고마운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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