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이익]

from 좋은글모음 2010. 8. 4. 10:23

후세의 당쟁의 화禍는 대개 과거를 너무 자주 보여 사람을 지나치게 많이 뽑은 것이 그 이유
-'탕평蕩平', "성호사설" 제11권 인사문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마다 베푸는 경과慶科를 두고 그는 '과거와 경사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고 비판한다. 또 과거 합격자는 몇몇 권문세가의 자제들뿐이고, 사방의 한미한 선비는 합격자에 끼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사장詞章, 곧 한시나 부賦와 같은 문학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잘못된 일임을 통렬히 비판한다.
또 같은 글에서 "게다가 시골 사람은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적이 풍부하지 않고, 식견이 넓지 못하니, 습속과 기풍氣風이 어찌 서울 사람의 수준과 같아질 수가 있겠는가. 이런 까닭에 과거 합격자가 발표되면, 서울의 귀한 집 자식들이 열 중에 여덟, 아홉을 차지한다. 이것을 보고 재주와 덕행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서울에서 나온다고 한다면 어찌 옳은 말이랴?"라고 말한다.
-'사과詞科', "성호사설" 제11권 인사문

이제 문벌을 숭상하고 자기 당파를 만드는 버릇이 뭉쳐져 한 덩어리가 되어 있지만, 원래 조정에서 벼슬하는 여러 신하들은 먼 사방에서 와서 모인 사람들이라, 그 신분 처지가 각각 달랐고 기습氣習도 같지 않았던 것이니, 그 시초에 붕당이라고 지적할 만한 것이 있었으랴?
지금의 벼슬을 하는 자들은, 종당宗黨과 혼인 관계를 맺지 않음이 없어 마음과 마음이 서로 들어맞고 하는 일마다 단단히 결탁해 대대로 벼슬을 독차지 하니, 원수와 제 편을 가르는 버릇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닌 것이다.
이 고질痼疾은 골수에 박힌 것이다. 모두 죽고 나서야 없어질 것이니, 아무리 명철한 임금이 세상을 다스린다 해도 쉽사리 그 분란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가닭에 철없는 애와 같은 자들이나 멍청한 인간들이 이어 벼슬을 한다고 나서니, 백성이 겪는 고통은 무관심하게 버려두고 마는 것이다.
-'천발견묘薦拔畎畝', "성호사설" 제10권 인사문

백성을 이끈다는 것은, 말로 하거나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해치거나 겁탈하지 않음으로써 죽음을 싫어하고 살기를 즐겁게 여기도록 하며, 선을 향하고 악을 피하도록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저들은 본디 지혜와 능력이 있어, 산택山澤의 이익을 잃지 않을 것이니, 마치 물을 도랑으로 끌어대면 웅덩이를 가득 채우고 먼곳까지 흘러가고, 말을 몰아 목장으로 넣으면 물과 풀을 찾아 말이 스스로 다니는 것과 같다.
그 런데 지금은 거대한 토지가 깡그리 권세가의 호강豪强한 자들의 소유물이 되고 말아, 백성은 일년내내 부지런을 떨어도 받는 것은 겨우 절반쯤이고, 또 여기서 국가에 바치는 세금과 여타 잡세도 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노동력을 쏟았지만 차지할 수 있는 것은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의 남는 땅을 얻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가난한 백성은 자신의 노동력을 쓸 곳조차 없다. 이런 까닭에 내가 사방 여러 고을을 두루 다닐 적에 촌가村家에서 묵으며 곰곰히 살펴보았더니, 방 안 단지에는 저축한 곡식이 없고 횃대에는 걸린 옷이 없었다. 남편과 아내가 팔을 베고 굶주림을 참을 뿐이었다. 이런 고통은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일하였다.
-'생재生財', "성호사설" 제8권 인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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