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천광악均天廣樂

from 좋은글모음 2010. 8. 5. 11:57

유성습柳聖習 학중學中은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효효재 김공 용겸用謙은 나이가 많고 덕이 높으신 어른이라 상석上席에 앉으셨다. 좋은 술에 취하자 뭇 악기가 함께 연주되었다. 뜰은 깊고 낮은 고요한데 낙화가 섬돌에 가득했다. 궁성宮聲과 우성羽聲이 갈마들더니 곡조가 그윽하고 오묘한 경지에 접어들었다. 그때다. 김공이 갑자기 자리 아래로 내려가 절을 하는 게 아닌가. 뭇사람들은 깜짝 놀라 피하였다. 그러자 공은 이렇게 말했다.

"제군은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옛날 우임금도 남의 좋은 말을 들으면 일어나 절을 했거늘, 지금 연주한 음악은 균천광악均天廣樂이 아닌가. 그러니 노부老夫가 어찌 일배一拜를 아끼겠는가."

■균천광악均天廣樂은 균천악이라고도 하는데, 아주 미묘한 천상의 음악을 말한다.

-박지원, '한여름 밤에 모여 노닌 일을 적은 글'
 박희병, "연암을 읽는다"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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