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때 나라가 망한 후 기생들은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일패, 이패, 삼패 기생이 있었는데 일패, 이패 기생은 서로 양산 색깔부터 달랐다고 해요. 가령 일패 기생을 길에서 만나면 이패 기생은 스스로 양산을 접고서 상대가 가길 기다렸다가 지나갔다고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이패 기생부터는 공연 예술을 주로 했습니다. 만약 일제때 일패 기생을 데려다가 명월관에서 한 시간 무대 위에 세우려면 전표를 무려 삼백 시간분으로 끊어야 계약이 성사됐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공연 당일에는 인력거로 모셔오고 또 모셔다 드렸지요. 저는 오늘 제 차를 운전하고 왔지만, 일류 기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일패 기생의 경우 그들은 우리 옛 전통문화를 전부 두 어깨로 짊어지고 왔던 분들이지, 기생이란 이름만으로 함부로 얕잡아볼 게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이 기생은-혜원이 화류계를 들락날락했지만-도저히 넘볼 수 없는, 그런 여인을 옮겨 그린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람이란 본래 자기가 갖고 싶은 걸 그립니다.

안동 기생 같은 경우에는 『대학』을 줄줄 다 외웠다고 하죠. 시도 척척 쓰고요. 또 저 함경도나 평안도 기생은 무인들 상대가 많으니까, 말타고 전력질주하면서 갑자기 뒤로 돌아서 과녁에 대고 휙 쏘면, 화살이 과녁에 딱딱 맞고, 그랬다고 그래요.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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