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의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어디를 간들 도가 없겠느냐? 남의 집에 감추어져 있는 것을 마음대로 알아내는 것은 성이다.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기이다. 남보다 뒤에 나오는 것은 의로움이다. 도둑질을 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아는 것은 지혜이다. 그리고 나누어 갖는 것은 어짊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서 큰 도적이 되었던 사람은 없었다.”

착한 사람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서지 못하고, 도척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행세하지 못한다. 세상에 착한 사람은 적고 착하지 않은 사람은 많으니, 성인이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점은 적고 해롭게 하는 점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러므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고, 노나라 술이 묽어 조나라 수도 한단이 포위 당했다고 하는 것이다.

성인이 생겨나자 도둑이 일어났다. 그러니 성인을 쳐 없애고 도둑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세상은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생겨나고, 언덕이 평평해지면 연못이 메워진다. 성인이 죽어버리면 큰 도적은 생기지 않고, 세상은 평화로워져 아무 탈도 없게 될 것이다. 성인이 죽어버리지 않으면 큰 도적은 멈추지 않는다. 비록 성인을 존중하며 세상을 다스린다 해도 그것은 바로 도적을 존중하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장자, 「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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