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송경동]

from 바람의노래 2010. 10. 25. 08:30

어려서는 왜 그렇게 서울이 가고 싶었을까
서울이 그리울 때면
빈 철도 운동장을 스무 바퀴도 넘게 돌다
쓰러져 밤하늘을 보거나
밤이슬 젖은 순천만 갈대숲에 나가
스산한 갈매기 떼를 보곤 했는데

텅 비어 있는 퇴근 후 공단거리
철망 사이 기웃거리며
웅웅거리는 터번 소리 듣거나
가리봉동 닭장집 골목 서성이다가
돼지껍데기 집 구석자리에 홀로 앉아
잔술에 어리는 눈물을 본다

인생은 어디로 다시 떠나거나
오래 걷는다고
어딘가에 닿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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