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자락의 목장에서 양떼를 모는 개는

이상하게도 영어만 알아듣는다

뒤로 가 하면 우두커니 섰다가도

고백 하면 재빨리 천여 마리 양떼 뒤로 가 서고

몰아라 하면 딴전을 피우지만 캄온 소리엔 들입다 몬다

미국서 훈련받은 개들이라 날쌔고 영악하기 사람 뺨쳐

양치기들은 종일 시시덕거리고 장난질이나 치며

몇 마디 영어로 명령만 하면 된다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까

영어만 알아듣는 개한테 쫓기는 것이

양떼만이 아니라는 걸

우리들 울부짖음에는 눈만 멀뚱거리다가도

캄온 하는 명령에는 기겁을 해서 양떼를 몰고

스톱 하고 호령하면 목숨을 걸고 세우는 것이

개만이 아니라는 걸

또 개를 영어로 부리며 시시덕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양치기만이 아니라는 걸

마침내 영어만 알아듣는 개라야

두려워하게 된 것이 양떼만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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