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시[강인한]

from 바람의노래 2010. 12. 30. 23:10

이제는 그대와 작별할 때
책상 위에 촛불을 켜고
고요하고 둥그런 빛의 둘레에
길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리
꿈결인 듯 아닌 듯
강물 같은 종소리가 금실은실
천상의 길을 밝혀 주리니
뒤돌아보면
슬픈 날들은
발이 빨간 새가 되어
이 밤에 날아가리
돌아오지 않는 돌아오지 않는
그리움을 부르며 날아가리
이제는 그대를 전송할 때
촛불을 켜야 하리
저 광막한 우주 속으로
별이 되어 떠나는 그대여
잘 가라 잘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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