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화정花精을 채취하여 꿀을 빚고 꿀에서 밀랍이 생기고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는데 이를 윤회매輪回梅라고 한다. 대저 생화가 산 나무 위에 피었을 때 꿀과 밀랍이 될 줄 어찌 알았겠으며, 꿀과 밀랍이 벌집 속에 있을 때 윤회매가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렇기에 매화는 밀랍을 잊고 밀랍은 꿀을 잊고 꿀은 꽃을 잊는 것이다. 그러나 윤회매를 저 나무 위 꽃에다 견주어 보면, 말 없는 가운데 따스한 윤기가 서로 통하여 마치 할아버지를 닮은 손자와 같다.
-이덕무,「윤회매십전輪回梅十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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