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사경이여! 표연히 멀리 떠났구나.
오랜 세월 이곳에선 누가 살았던가?
거문고와 서책, 붓과 벼루는 옛날 즐기던 것이건만
어찌하여 가져가지 않고 여기에 버려 두었는가?

옛날 이 방에 거처하며 웃고 찡그리던 모습 그대로이니,
하나하나 뜯어봐도 생시 모습 아니라고 할 자 누구랴만,
홀연히 허공으로 돌아가니 꿈인가 생시인가?
하루살이 인생이라 유시酉時에 죽은 자가 오시午時에 죽은 자를 슬퍼하는 격이지.

-박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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