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죽어가는 과정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과정이 극적일수록 죽음 또한 극적으로 다가온다. 『사기』에는 유난히 극적인 죽음들이 많다. 사마천이 생사의 문제를 누구보다 깊게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다. 이 책에도 단편적이지만 심금을 울리는 죽음들이 상당히 많이 소개되어 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난 자객 형가荊軻의 죽음, 형가의 장렬한 죽음을 뒤로 한 채 진시황을 또 한 번 암살하려 했던 형가의 친구 고점리高漸離의 무모한 죽음은 언제 봐도 가슴 저리다. 친구 이사李斯의 시기와 질투에 희생되어 적국의 감옥에서 고독하게 음독 자살한 한비자韓非子,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죽음으로 친구의 명성이 높아질 것을 질투하던 방연龐涓의 죽음에서는 인간의 시기심과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몸서리치게 된다. 세상이 다 취했는데 홀로 깨어 있음에 절망해 오갈 데 없는 자신의 몸을 멱라수汨羅水에 던진 애국시인 굴원屈原의 안타까운 죽음에서는 정치와 지도자의 질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