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곡식 푸릇푸릇 아직 논밭에 자라는데 

아전들 벌써 세금 걷는다 야단이네.

힘써 농사지어 나라를 살찌우는 건 우리거늘

어찌 이리도 극성스런 침탈인가?

 

붉은 알몸 짧은 갈옷으로 가리고

하루에도 밭갈기를 얼마였던가?

벼싹 파릇파릇해지면

가라지 김매기에 괴로울 따름

풍년들어 천종의 곡식을 거둔다해도

한 갓 관청에 바치는 것일 뿐

어쩌지 못하고 다 빼앗긴 채 돌아오니

가진 것이라고는 한 알 도 없네.


-이인로<파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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