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밤 10시에 종을 28번 치는 것을 ‘인경’이라 하고, 새벽4시에 33번 치는 것을 ‘파루’라고 했다. 인경 이후부터 파루까지 포졸이 요령을 울리고 다녔고, 그 시간에 움직이면 곤형(곤장으로 치는 형)에 처했다고 한다.

33번과 28번 숫자의 의미는 뭘까? 아침엔 잠자고 일어나서 힘이 있으니 많이 치고, 저녁엔 힘을 다 소진했으니 적게 쳤던 걸까?

불교에서 범종의 울림과 숫자는 ‘인도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럼, 33의 의미는 뭘까?

옛날 인도 사람들은 우리처럼 보이는 하늘이 33겹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평지에 큰 산이 하나 있는데 이것을 ‘수미산’이라고 했다. 그 수미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4개의 산이 있었는데 그 산의 하늘을 4왕천이라 했다.(절 앞의 4천왕은 여기서 유래한다.) 그리고 4개의 각 산은 8개씩의 산과 그 위의 하늘로 이루어져 모두 4×8해서 32천, 수미산이 있는 중앙의 하늘을 합쳐 33천이 있다고 생각했다. 33을 인도말로 ‘도리’라고 해서 도리천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새벽에 33번의 종을 치는 것은 제석천이 다스리는 33개의 하늘에 ‘새 날이 밝았으니 어서 일어나 일합시다’하고 알리는 의미를 지닌다.

또, 28의 의미(28수(宿))는 뭘까?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8일이다. 달의 공전 주기는 농사와 어업에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고대부터 중요한 숫자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것을 28수라고 하여 밤에 기준이 되는 별자리를 정했다. 즉 28수는 달이 매일 쉬는(宿) 때를 기준으로 잡아 28 등분을 하여 그 지점의 기준 별자리를 정했다. 이 28개의 별자리를 우주의 정령이라고 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였다.(전갈자리, 쌍둥이자리, 염소자리 등)

밤에 28번의 종을 치는 것은 달이 28개의 별자리에서 쉬는 것을 반복했듯이 그 각각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28개의 정령들이시여 이제 편안히 쉬십시다’하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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