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

 

해냄, 2008

 


 

소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면 참으로 의연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인색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소나무는 어떤 식물이라도 자기 영역 안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소나무 밑에서 채취한 흙을 화분에 담고 화초를 길러보라. 어떤 화초도 건강하게 자라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있어도 소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진실을 못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예술이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카알라일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태양으로는 결코 담배불을 붙일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


U보트가 출현했을 때 연합군은 속수무책이었다. 군수뇌부들이 모여 연일 대책을 논의했다. 어느 날 장성급 간부 하나가 U보트를 퇴치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책이 떠올랐다고 소리쳤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그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닷물을 끓이면 돼. 곁에 있던 동료가 그에게 물었다. 개쉐야,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바닷물을 끓이겠다는 거니. 그러자 개쉐가 대답했다. 나는 기획자일 뿐이야. 끓이는 건 엔지니어들이 할 일이지.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 -한국속담


중국에서 다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보면 혹시 저 자식도 짝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도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이외수가 어떤 도인에게 물었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습니까. 그 도인이 대답했다. 하늘을 나는 일은 나비나 새들한테 맡겨두시게.


있을 법도 한데 없는 것들 - 마비게이션(말에다 부착), 시모콘(시간 원격 조정기), 참아그라(발기한 물건 잠시 죽이는 약)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만나면 그래, 산에는 소나무만 살지는 않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토끼와 거북이를 육지에서 한 번만 경주를 시키고 토끼를 자만과 태만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거나 거북이를 근면과 겸손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면 안 된다. 바다에서 경주를 시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어떤 대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은 거의가 이런 모순을 간직하고 있다. 세상이 그대를 과소평가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그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주 유일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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