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from 좋은글모음 2012. 6. 28. 07:32

독특한 원자 구조의 '17 쌍둥이' 희토류… 매장량에선 은보다 더 흔하지만 
노동집약적 분리작업과 방사능 문제로 선진국은 생산 포기, 중국이 97% 생산

최근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이 휘두른 무기가 희토류(稀土類·rare earth)였다. 중국이 전 세계 수요량의 97%를 감당하는 기형적인 생산구조,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희토류의 쓰임새가 맞물려 일본은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희토류를 내세운 중국의 자원전쟁에 미국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업성이 떨어져 지난 2002년 가동을 중단했던 캘리포니아의 희토류 광산을 재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희토류는 그러나 이름과 달리 매장량 측면에서 보면 결코 희소한 물질이 아니다. 희토류로 분류되는 17개의 원소 중 대부분은 은보다 흔하고 납보다도 매장량이 많다. 우리나라도 해방 전 이북(以北) 지역에서 당시로선 세계 최대 규모로 희토류가 생산됐고 지금도 강원도 홍천의 철광석 광산에 2%의 희토류가 함유돼 있다.

이처럼 흔한 희토류가 왜 '희귀한 물질'로 취급되며 세계 경제와 방위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 바로 희토류의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 때문이다.


◆주기율표 위 '17 쌍둥이'

희토류는 원소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번 란타넘(La)에서 71번 루테튬(Lu)까지 15개 원소에, 원자번호 21번 스칸디움(Sc)과 39번 이트륨(Y)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말한다. 희토류에 속한 이들 17개 원소들은 주기율표상의 다른 어떤 원소들보다 물리·화학적 성질이 서로 비슷하다. 물리·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들 17개 원소는 '17 쌍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희토류는 철광석 혹은 각종 인산염·탄산염 속에 포함된 채 발견된다. 각각의 함유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17개 원소가 동시에 발견된다. 같은 성분이 한데 뭉쳐 광석 형태로 존재하는 다른 금속과 달리, 유독 희토류는 작은 분량이 여기저기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상업적 수지를 맞출 정도로 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특히 물리·화학적으로 닮은꼴인 17개 원소를 제각각 분리해내려면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희토류가 함유된 일부 물질에서는 라듐과 같은 방사능 물질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전체 매장량의 36% 정도를 갖고 있는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안전 기준 덕분에 생산량에서는 97%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희토류 자석, 지구상 최강의 영구자석

1700년대부터 발견된 희토류의 몸값이 결정적으로 뛴 것은 1980년대다. 일본 기술진이 희토류의 하나인 네오디뮴을 이용해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희토류 자석은 철(鐵) 성분의 기존 영구자석에 비해 2배 이상 자성이 강했다. 다시 말해 희토류 자석을 사용하면 작은 크기로 충분한 자기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희토류 자석은 오디오나 휴대전화, 전기모터, 이어폰 업계에 혁명을 불러왔다. 이들 IT기기의 크기가 작아진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희토류 자석의 발명이었다. 1980년 전 세계 자석시장 점유율 '제로(0)'였던 네오디뮴 자석은 현재 세계 자석시장의 80%를 석권하고 있다. 네오디뮴 자석은 이를 발명한 일본 소재산업계에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줬다. 희토류를 생산하는 것은 중국이지만 이를 통한 부가가치는 일본이 가져간 것이다.

네오디뮴 자석의 발명 이후 각국 과학자들은 희토류 자석을 대체할 새로운 자성 물질을 찾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명예연구원 오종기 박사는 "네오디뮴 자석을 대체할 물질은 21세기 산업계 최고의 대박상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석이 중요한 것은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자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데 영구자석은 필수적이다.

희토류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디스플레이 분야다. LED 등 디스플레이들의 각종 산화물 속에 발광물질의 입자를 넣어 빛을 내는 것이 기본 원리다. 그런데 희토류 외의 발광물질들은 산화물에 들어가면 화학적으로 성격이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서 빛의 선명함이 퇴색한다. 하지만 희토류 원소들은 독특한 전자궤도 때문에 다른 물질에 녹아들거나 결정 속에 들어가도 고유한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용 산화물 속에서도 이들은 원래의 스펙트럼대로 빛을 내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wwdoyein/60117365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