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는데.

"전세계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없이도 나아가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실제적 내용을 잃어가고 있다. 동성 결혼이나 낙태 허용 같은 문화현상 면에서는 진보했지만, 최근 유럽 금융 위기에서 보듯 큰 위기가 닥치면 시간이 없다며 경제 문제는 전문가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민주주의 없이 자본주의가 기능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가

"허풍 떨지 않겠다. 지금 상황은 정말 비극적이다.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명확한 탈출구는 없다. 자본주의 이후 체제가 어떤 형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20세기 공산주의도 끝났다. 한때는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고 믿었고, 교육 등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오늘날 공산주의가 작동하는 곳은 중국처럼 가장 잔인한 자본주의가 있는 데라는 점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다. '오래된 것은 죽었고, 새로운 것은 아직 안 왔을 때 괴물이 나타난다'고. 예컨대 스탈린주의나 파시즘이 그런 괴물이다. 네그리 등 여러 사상가가 자본주의 이후 체제로 제시하는 것들을,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 한국에, 철학자로서 당신이 던지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

"한국 상황에 대해 특별한 통찰력은 없지만,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이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룬 데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다. 북한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 체제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한국은 놀라운 민주 발전을 경험했고, 공산주의가 어떻게 잘못 될 수 있는지도 봤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대안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친 상황(Crazy Situation)' 때문에 한국은 오히려 희망의 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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