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저쪽 뒷문
-이영춘
어머니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오던 날
천 길 돌덩이가 가슴을 누른다
“내가 왜 자식이 없냐! 집이 없냐!” 절규 같은 그 목소리
돌아서는 발길에 칭칭 감겨 돌덩이가 되는데
한때 푸르르던 날 실타래처럼 풀려
아득한 시간 저쪽 어머니 시간 속으로
내 살처럼 키운 아이들이 나를 밀어 넣는다면
아, 아득한 절망 그 절벽……
나는 꺽꺽 목 꺾인 짐승으로 운다
아, 어찌해야 하나
은빛 바람결들이 은빛 물고기들을 싣고 와
한 트럭 부려놓고 가는 저 언덕배기 집
생의 유폐된 시간의 목숨들을
어머니의 시간 저쪽 뒷문이 자꾸
관절 꺾인 무릎으로 나를 끌어당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