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을 시행하지 않아도 병사들이 명령에 복종할 수 있는 것은 그 명령이 병사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많은 상을 걸고 엄한 벌을 내리지만 병사들이 여전히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병사들로서는 아무리 해도 수행할 수 없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불리한 상황에서 뻔히 질 줄 알면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고대의 유명한 용사였던 맹분이라고 할지라도 해내기 어려운 것인데, 이를 일반 병사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마치 흐르는 물을 역류시키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작전이라는 것은 객관적 형세의 변화에 따라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승리를 획득한 자에게는 포상을 하고, 패배한 자는 즉시 교체해야 하며, 피로한 군대에게는 충분히 휴식할 시간을 주고, 굶주린 부대에게는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병사들은 강한 적과 맞부딪쳐도 죽음을 두려워 않고 싸울 것이며, 두 발로 날카로운 칼날을 밟고 죽을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는 흐르는 물이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흘러가면서 어떤 때는 큰 돌을 밀어 떠내려가게 하고 어떤 때는 배도 침몰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병력은 지휘할 때에 병사들의 심리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군대의 명령은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잘 흐르는 물처럼 일사불란하게 이행될 것이다.

-손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