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숨을 거둔 뒤 진 이세가 왕위에 오르자 환관 조고는 조정의 권력을 한 손에 쥐고 흔들었다. 급기야 모반을 획책하던 조고는 군신들이 승복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다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그는 조회 때 진 이세에게 말 한 필을 선물하겠다고 하고 사슴 한마리를 데려왔다. 이에 진 이세가 웃으며 말했다.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분명히 사슴인데 어찌 말이라고 하십니까?" 하지만, 조고는 계속 말이라고 우겼다. 그러자 진 이세는 다른 대신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대신들은 조고의 권세가 두려운데다, 조고가 무슨 궁꿍이로 일을 꾸미는지 알 길이 없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몇몇은 사슴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은 말이라고 답했다. 이후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대신들에 대해 어떤 명분이라도 붙여 모두 죽여 없앴다. 이에 군신들은 조고 앞에서 자기 의견을 주장하지 못했으며, 진 이세 역시 '내가 사슴과 말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착란에 빠졌나?'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진 이세는 훗날 그가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조고의 농간에 빠져 묵숨을 구걸하다 자결했다.

사기(史記)에 전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전말이다.

윗사람을 농락하고 함부로 권세를 휘두른다는 의미인데, 비록 환관 조고의 죄가 중하지만 농락당한 황제나 권세에 굴복한 대신들도 죄를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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