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수와 제후는 짐에게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해보시오. 내가 천하를 얻은 것은 무엇 때문이며, 항우가 천하를 잃은 것은 무엇 때문이오?
폐하는 오만하여 사람을 업신여기고, 항우는 인자하여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압니다. 그러나 폐하는 성을 공격하게 해서, 점령한 곳은 그들에게 나누어주며 천하와 더불어 이익을 함께 하셨습니다. 반면에 항우는 어질고 재능있는 자를 시기하고 공을 세운 자를 미워하고 현자를 의심하며, 전투에 승리해도 그 공을 돌리지 않고 땅을 얻어도 그 이익을 나누어주지 않았습니다. 항우가 천하를 잃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군영에서 계략을 짜내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일이야 내가 장자방(장량)보다 못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달래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야 내가 소하만 못하고,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하는 일에서는 내가 한신보다 나을 수 없지. 이 세 사람은 모두 걸출한 인재였고, 바로 내가 그들을 기용했기 때문에 천하를 얻은 것이오. 그러나 항우는 범증 한 사람이 있었으나 그마저 끝까지 믿지 못했지. 그래서 나한테 잡힌 것이오.
-사마천 "사기" '고조본기'